삶이 막혔다는 감각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막힘 앞에서 멈추거나 회피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뚫어냄’의 시작이 되는 첫 번째 단계, '직면하기'에 주목한다. 심리학적 통찰과 철학적 시선을 통해 막힘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 속에 숨겨진 감정과 욕구를 들여다보며 자기 삶의 회복력을 모색한다. 로또에 기대는 마음과 진짜 희망을 분별하는 힘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막힘을 껴안는 용기 – 직면하기
누구나 인생의 어느 순간 ‘막혀 있다’는 감각을 경험한다.
그 막힘은 현실에서 오는 것이기도 하지만, 더 깊은 차원에서는 마음속에서
만들어진다.
뚫어냄의 첫 단계는 바로 그 ‘막힘’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1. 막힘이라는 감각은 어디서 오는가
누구나 겪지만, 누구도 말하지 않는 감정
“왜 이렇게 아무것도 하기 싫지?”, “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 것 같아.”
많은 사람들이 삶에서 이런 느낌을 경험한다.
표면적으로는 일이 바빠서, 관계가 복잡해서, 환경이 안 좋아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힘이라는 감정은 단순한 현실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감당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품고 있다는 신호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내면의 저항’ 혹은 ‘억압된 감정’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을 외면하고,
그 결과로 삶 전체가 멈춘 것처럼 느끼는 마비 상태에 빠지게
된다.
로또에 투사되는 탈출 욕망
로또는 이런 막힘 상태에서 탈출하려는 상징적인 행동이다.
“현실을 바꾸기는 어렵지만, 어쩌면 한 번의 기회로 모든 걸 뒤바꿀 수 있을지도
몰라.”
이런 심리는 단순히 돈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무언의 고백이다.
우리는 막힘을 말하지 않지만,
로또를 사는 손끝에서 그것을 표현하고 있다.
막힘을 바라보는 것이 왜 어려운가
막힘을 직면한다는 것은 단지 ‘상황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
자신의 취약함을 인정하고, 감정의 진짜 얼굴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자존심, 기대, 수치심, 분노…
이 모든 감정은 우리가 피하고 싶은 것들이며,
그래서 직면은 언제나 두렵다.
그러나 회복은 두려움을 껴안는 데서 시작된다.
진짜 뚫어냄은, 막힌 상태를 꿰뚫는 것이 아니라
그 막힘 자체를 ‘존재하게 두는 것’에서 비롯된다.
2. 감정을 해석하는 법: 직면은 분석이 아니라 이해다
감정은 삶의 신호다
우리는 종종 감정을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그러나 감정은 삶에서 가장 빠르고 정확한 신호다.
슬픔은 놓친 것에 대한 애도,
분노는 무시당한 경계선,
무기력은 충족되지 못한 욕구의 반응이다.
즉, 감정은 ‘문제’가 아니라 ‘메시지’다.
직면은 그 메시지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 말에 귀 기울이는 작업이다.
자기 안에서 길을 묻는 기술
심리치료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많은 내담자들이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만큼 우리는 자기 감정과 멀어져 살아왔다.
직면은 마음을 뚫고 들어가는 기술이 아니라,
지금 이 상태를 그대로 인정하는 연습이다.
“나는 지금 막혀 있다”, “나는 지금 불안하다”
이런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이미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
자기혐오와의 거리두기
막힘을 느끼는 순간,
많은 사람들은 “내가 게으르다”, “나는 왜 이 모양인가”라는
자기비난으로 빠진다.
하지만 이 역시 회피의 한 형태다.
진짜 직면은
자기혐오를 통하지 않고도
자기 상태를 인식할 수 있는 힘이다.
이는 비폭력대화에서 말하는
‘관찰 → 감정 → 욕구 → 부탁’의 단계와도 통한다.
스스로를 탓하는 대신,
내 안의 욕구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에 맞는 선택을 찾을 수 있다면,
막힘은 더 이상 벽이 아닌 ‘지점’이 된다.
3. 직면을 삶으로 확장하기: 회피가 아닌 마주보는 연습
직면은 특별한 순간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깨달음’이라는 순간을 기다린다.
하지만 직면은 특별한 통찰이 아니라,
일상의 아주 작은 순간들 속에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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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일을 미루는 이유를 들여다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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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섭섭한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바라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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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을 때 느끼는 공허함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느껴보는 것
이러한 작은 직면들이 모여
삶의 방향과 태도를 바꾸는 힘이 된다.
감정 기록, 감각의 회복
직면을 도와주는 가장 좋은 도구는 ‘기록’이다.
매일 하루의 감정을 기록하고,
그 감정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돌아보는 습관은
자기 이해의 가장 직접적인 길이다.
이와 함께 감각을 회복하는 활동도 필요하다.
걷기, 맛보기, 숨쉬기, 보는 것, 듣는 것.
모든 감각은 나를 ‘지금 여기에’ 존재하게 만든다.
직면은 두려움이 아닌 자유를 향한 문
사실, 막힘을 직면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얽매고 있던 내면의 기준들에서
자유로워지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직면은 나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해방시키는 행위다.
스스로를 마주보고, 인정하고, 그대로 살아내는 사람만이
막힌 삶을 ‘뚫어낼’ 수 있다.
진짜 뚫어냄은, 먼저 바라보는 것이다
뚫어냄은 삶을 뚫는 힘이 아니다.
그건 삶의 막힘을 이해하고,
그 안에 머물며,
다시 움직일 수 있는 순간을 기다리는 능력이다.
우리는 모두 어떤 벽 앞에 있다.
그 벽을 넘으려 애쓰기보다,
그 벽이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는지를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직면이고,
그 직면이야말로
삶을 진짜로 바꾸는 첫 번째 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