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칼럼 《뚫어냄의 철학 – 로또로 읽는 현대인의 욕망과 회복》2회차





우리는 삶을 예측하고 통제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많은 순간은 우연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온다. 로또는 이러한 인간의 본질적인 갈망과 무력감을 동시에 상징한다. 이 글에서는 로또를 중심으로 우연과 통제 사이의 긴장을 탐구한다. 끌어당김의 법칙, 시크릿, 자기 암시 등 현대의 마음관리 기술들은 무엇을 지향하는가. '뚫어냄의 철학'은 그 가운데에서 어떻게 자기 삶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을 만들어내는가.

우연과 통제



우연과 통제 사이,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예측할 수 없는 삶, 우연 속에서 나를 찾으려는 사람들.
로또는 이 모든 긴장을 한 장의 용지 안에 응축해 놓는다.
그것은 삶을 뚫고자 하는 마음과 동시에, 삶을 통제하고 싶은 마음의 투사다.


1. 우연에 기대는 심리: 예측할 수 없기에 믿고 싶다

인간은 왜 우연을 원하면서도 두려워하는가

삶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불확실성 앞에서 사람들은 두 가지 극단 사이를 오간다.
하나는 완전한 통제욕,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기고 싶은 심리다.

로또는 후자의 상징이면서도, ‘내가 뭔가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담은 도박이다.
완전한 랜덤 추첨임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이번에는 다를지도 모른다'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시크릿과 끌어당김의 법칙: 현대적 신화

2006년 출간된 『시크릿』은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는 메시지를 대중화시켰다.
“당신이 무엇을 간절히 바라느냐에 따라, 우주는 그에 응답한다.”
이 법칙은 일종의 심리적 자기 암시이자, 신비주의적 통제 욕구의 다른 표현이다.

시크릿이 매력적인 이유는 명확하다.
복잡한 현실을 단순한 논리로 설명해주는 위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의 복잡성을 간과하고,
삶의 조건과 사회적 맥락을 제거한 개인 중심적 환상이 되기도 한다.

믿음이 만든 기적, 혹은 망상?

믿음은 분명한 힘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믿음으로 환원하면,
실패의 책임도 온전히 개인의 탓이 된다.
로또에 당첨되지 않은 사람은 ‘간절히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서사는
현실을 왜곡할 뿐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의 구조를 가리는 데 악용될 수 있다.




2. 통제의 욕망: 내가 나를 움직이고 싶다는 간절함

예측할 수 없는 세계에서 예측하려는 시도

인간은 예측 가능한 세계를 통해 안정을 얻는다.
농경사회에서는 날씨를 점쳤고, 현대사회에서는 주식 그래프와 빅데이터에 의존한다.
로또에서도 이러한 시도는 끊이지 않는다.
“가장 많이 나온 번호는 무엇인가?”
“연속 숫자가 나올 확률은?”
이러한 통계적 전략은 통제할 수 없는 우연을 최소한 분석이라도 하고 싶다는 심리를 드러낸다.

로또 분석의 한계와 가능성

로또는 완전한 무작위 추첨을 원칙으로 하지만,
사람들은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패턴’을 찾으려 한다.
이는 “운이라도 내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고 싶다”는 인간 본성의 표현이다.

이러한 통계적 전략은 실제로 실수령액을 높이거나
남들과 겹치지 않는 조합을 만드는 데는 유의미할 수 있다.
그러나 핵심은 변하지 않는다.
확률 자체는 누구에게나 동일하며, 절대 통제할 수 없다.

자기 결정성과 심리적 회복

통제가 불가능한 세계에서 **자기 결정성(self-determination)**은 하나의 회복 전략이 된다.
로또를 사는 대신, 나는 매일 나의 루틴을 하나씩 실천할 수 있다.
작은 변화라도 나 자신이 결정하고 실천할 수 있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닌 ‘삶의 뚫어냄’이 된다.


3. 뚫어냄의 철학: 우연을 마주하면서도 나를 놓지 않는 일

직면하기 — 운명이 아니라, 내 감정과 마주보는 시간

삶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우리는 운명을 탓한다.
그러나 뚫어냄의 첫 단계는 그 운명을 해석하는 ‘나의 감정’을 바라보는 것이다.

‘왜 나는 지금 막혀 있다고 느끼는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로또로 대리 표현된 욕망의 본질을 파고든다.
단지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인정, 안정, 자유, 시간…
그 모든 감정의 핵심에는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

틈 만들기 — 단 한 번의 역전이 아닌, 작은 지속

로또는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꾸는 판타지다.
하지만 뚫어냄은 그 반대다.
작은 행동, 짧은 글쓰기, 깊은 호흡, 한 걸음의 산책.
‘뚫림’은 크고 드라마틱한 것이 아니라,
작고 조용한 틈에서 시작된다.

이 틈이 쌓여 결국은 무너뜨릴 수 없던 벽에 균열을 만든다.
삶은 그렇게 조금씩 ‘숨 쉴 공간’을 확보한다.

연결에 집중하기 — 삶의 감각을 회복하는 연습

로또에 기대는 마음은 때때로 현실을 잊게 만든다.
하지만 뚫어냄은 오히려 현실과 다시 연결되는 과정이다.
나의 몸, 감정, 감각,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이 모든 연결이 회복될 때, 비로소
우리는 더 이상 ‘우연’에만 기대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된다.


믿음은 필요하지만, 방향이 중요하다

믿음은 우리를 움직이게 만든다.
그러나 그 믿음이 현실 회피로 이어질지,
혹은 삶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동력으로 작용할지는,
우리가 무엇을 ‘뚫어내려’ 하느냐에 달려 있다.

로또는 우연이다.
하지만 ‘뚫어냄’은 선택이다.
우연은 계산할 수 없지만,
선택은 매 순간 축적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믿어야 할 것은,
단 한 번의 기적이 아니라
내가 다시 연결되고 있는 이 순간의 감각이다.

이 감각이야말로
삶을 바꾸는 가장 현실적인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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