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나의 연결; 그 때가 그리울 때



과거를 자꾸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감정은 단순한 추억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 사이를 연결하고 싶은 깊은 내면의 욕구에서 비롯된다. 학창시절 노래를 들으면 당시의 감정이 떠올라 울컥하고,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기억의 왜곡이 아니라 감정의 진정성에 대한 회복 욕구다. 인지심리학적 관점과 비폭력대화(NVC) 방식으로 이 감정을 이해하고 건강하게 품는 방법을 제안한다.

과거와 나의 연결



과거가 그리운 이유, 단순한 추억이 아니다

필자는 1980년에서 1990년 음악을 들으면 그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는 힘들기도 했지만 감정이 더 생생했고, 지금보다 어쩌면 더 ‘살아있다’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현재를 부정해서가 아니라, 과거의 내가 느꼈던 감정과 의미를 다시금 꺼내보고 싶은 내면의 진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감정을 단순히 향수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연결로 해석하면 어떤 길이 열릴 수 있을까?

과거를 그리워하는 감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심리다. 이는 단지 좋은 시절을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나에게 중요한 ‘감정적 단서’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감정이 무뎌졌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과거의 특정 시기와 음악, 경험을 통해 그 감각을 다시 일으키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인지심리학적으로는 이러한 감정이 ‘감정기억’(emotional memory)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사람의 뇌는 사건의 논리적 흐름보다는 그때 느꼈던 감정을 더 강하게 기억한다. 따라서 특정 노래나 냄새, 이미지가 예전의 감정을 일으키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미화해서가 아니라, 당시의 감정 에너지와 현재의 감정 상태 사이에 연결고리를 찾고 싶은 인간 본연의 심리적 욕구다.

이러한 심리는 자아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 과거의 내가 누구였는지, 어떤 감정을 지녔는지, 그것이 현재의 나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일은 자기 자신을 보다 온전하게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 비폭력대화(NVC)에서는 이런 감정의 흐름을 욕구의 표현으로 본다. 즉, 과거를 그리워하는 감정은 ‘그 시절의 내가 겪었던 감정과 현재의 나를 연결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이 감정을 어떻게 품고, 나아가야 할까? 다음에서는 실질적인 접근법을 제안한다.


감정 기억의 생리와 심리: 인지심리학적 이해

인지심리학은 기억을 ‘사건 중심의 재현’이 아니라 ‘감정 중심의 재구성’으로 본다. 뇌는 사실보다는 감정을 더 오래, 더 생생하게 보관한다. 특히 감정적으로 강렬했던 경험은 시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에서도 확인되듯, 긍정적인 기억이든 부정적인 기억이든 감정이 강할수록 뇌의 편도체(amygdala)와 해마(hippocampus)가 활성화되어 장기 기억으로 저장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뇌의 특성은 개인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할 때, 당시 상황보다도 ‘감정 상태’를 중심으로 기억을 떠올리는 경향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그때 힘들었는데도 그립다"는 감정은, 실제의 고통보다도 그 시절의 생동감, 감정의 진정성, 그리고 인간관계의 밀도가 인상 깊게 남았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감정 기억의 재구성’이라 하며, 과거를 현재의 정서 상태에 따라 재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이는 부정적인 기억조차 시간이 지나면 긍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뇌는 불편했던 기억보다 감정적으로 의미 있었던 순간을 선택적으로 강화하여 기억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통해 인간은 정서적 회복력을 키우고 생존력을 높여왔다.

이러한 감정 기억은 ‘현재의 나’를 구성하는 자원으로도 작용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해석하고, 미래를 계획한다. 그러므로 과거를 그리워하는 감정은 단순한 회피가 아니라, 현재의 자신과 정서적으로 연결되려는 자기 조절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비폭력대화로 풀어보는 감정의 언어

비폭력대화(NVC)는 감정을 욕구의 표현으로 해석한다.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은 사실상 ‘그 시절의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다’, ‘그때처럼 살아있는 느낌을 다시 경험하고 싶다’는 내면의 요청일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건, 자기 자신에게 귀 기울이는 태도다.

비폭력대화의 4단계 접근 방식은 다음과 같다.

  1. 관찰 – “노래를 들으면 학생때의 시절이 떠오른다.”

  2. 느낌 – “그 시절이 그립고, 울컥한 감정이 올라온다.”

  3. 욕구 – “그때처럼 감정이 생생했던 나를 다시 느끼고 싶다.”

  4. 부탁 – “그 시절의 나에게 편지를 써보거나, 그때의 노래를 들으며 현재의 감정을 기록해보고 싶다.”

이러한 방식으로 감정을 해석하면,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 현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존중하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또한,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표현하고 인정함으로써, 스스로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돌보는 계기가 된다.


내면과 대화하는 방법: 감정을 실천으로 옮기는 네 가지 루틴

이제 감정을 이해했으니,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아래의 네 가지 실천은 비폭력대화와 인지심리학 모두에서 권장하는 자기돌봄 전략이다.

  1. 그때의 나에게 편지 쓰기

    • 1980~1990년 사이의 ‘과거의 나’에게 현재의 내가 편지를 쓰는 연습은, 자아 통합에 탁월한 방법이다.

    • 이 글쓰기 과정은 감정을 구조화하고, 잊고 있었던 욕구를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2. 노래와 감정의 연결고리 기록하기

    • 그 시절 들었던 노래를 다시 들으며, 당시와 지금의 감정을 비교 기록해본다.

    • 예: “이 노래는 2020년 봄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 들으면 그 시절의 내가 정말 치열하게 살았다는 느낌이 든다.”

    • 이는 ‘감정의 흐름’을 인지하고 정리하는 훈련이 된다.

  3. 정기적인 감정 일기 쓰기

    • 매주 1회, 과거의 기억을 하나씩 떠올려 기록해보자.

    • 주제: “그때 나는 무엇을 가장 바랐을까?” 또는 “그 시절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은?”

    • 감정의 근원을 탐색하는 글쓰기 루틴은 자기 이해를 깊게 한다.

  4. 정서적 공유가 가능한 커뮤니티 찾기

    • 오프라인 혹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감정 나눔을 실천한다.

    • 조건은 단 하나, ‘그 시절 이야기해도 괜찮은 공간’일 것.

    • 감정을 나눈다는 건 외로움을 줄이고 회복을 돕는 가장 인간적인 행동이다.


과거와 현재, 모두 나의 일부입니다

결국 우리는 과거를 그리워함으로써 현재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은 회피나 미화가 아니라,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연결하고 싶은 자기 성장의 신호다. 인지심리학은 이러한 감정을 정서적 회복과 통합의 기회로 보고, 비폭력대화는 이를 건강한 자기 표현으로 안내한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그 감정은 절대 잘못된 게 아니다. 오히려 더 정직하고, 더 따뜻한 자기이해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이 감정과 마주하고 나면, 과거도 현재도 모두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다음 단계로는, 글쓰기와 대화를 통해 이 감정을 계속해서 다뤄보는 루틴을 만들어보세요.
자기 자신과 연결된다는 것은, 결국 그 어떤 과거도, 현재도 버리지 않고 ‘나로서 존재하는 연습’이니까요.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