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고 싶다’는 감정은 단순한 승부욕을 넘어,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다. 인지심리학과 비폭력대화 관점에서 이 감정을 분석하고, 이를 건강하게 조절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 수정 전략과 자기 대화의 힘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경기력과 삶의 만족을 얻을 수 있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나를 더 잘하게 할까?”
그 감정 뒤엔 ‘잘하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 ‘기여하고 싶다’는 깊은 인간적
욕구가 숨어 있다.
심리학적·비폭력대화적 관점에서 이 마음을 이해하고 다루는 방법을 살펴본다.
이기고 싶은 ‘심리’가 우리를 움직일 때
“이기고 싶다”는 감정은 단순한 승부욕이나 경쟁심을 넘어서, 더 잘하고 싶은 자기 효능감, 사회적 인정 욕구,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내적 동기와 깊이 맞닿아 있다. 인지심리학적으로도 이 감정은 각성 상태를 높이고, 뇌의 전전두엽을 활성화시켜 집중력, 반응 속도, 판단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 특히 운동 경기나 시험 등 제한된 시간과 자원 안에서 성과를 발휘해야 할 때 이러한 감정은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그 감정이 너무 강하거나 조절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불안, 긴장, 실수, 회피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이기고 싶은 마음’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강도 높게 지속되며,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조절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실제로 운동 심리학 연구에서는 승리에 대한 집착이 경기력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 중 하나로 나타나기도 했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감정의 원인을 ‘내적 욕구’에서 찾는다. 즉, “나는 이기고 싶다”는 말은 “나는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받고 싶다”, “내 노력이 의미 있다는 걸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내포된 표현일 수 있다. 이 마음을 억누르거나 부정할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메시지를 읽어내고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폭력대화(NVC: Nonviolent Communication)는 이러한 감정을 욕구의 표현으로 바라본다. 감정은 나쁜 것이 아니라, 내면의 소중한 필요(needs)를 알려주는 신호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기고 싶은 마음’도 부정하거나 억제할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이 전하는 메시지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결국 핵심은, 감정을 무시하거나 억누르기보다, 감정이 말해주는 욕구를 인식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감정을 ‘행동’으로 전환하는 방법
비폭력대화에서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그것을 욕구로 연결한 뒤, 구체적인 행동으로 전환”하는 것을 핵심 전략으로 삼는다. “이기고 싶다”는 감정이 들었을 때 이를 ‘행동 언어’로 바꾸는 연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단순히 “이기고 싶어”라고 되뇌는 대신 “공 하나라도 더 집중해서 받아보자”라는 식의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행동 목표로 전환하면 감정에 덜 휘둘리고 실제 능력 발휘에 도움이 된다.
이는 일종의 ‘감정 조절 스킬’이다. 감정이 올라올 때 이를 억누르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행동으로 번역함으로써 감정의 에너지를 건설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마음속 자기 대화’다. “내가 왜 이렇게 이기고 싶은 걸까?”,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뭘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은 감정을 정돈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감정은 늘 욕구를 동반한다. 우리가 감정을 경험할 때는, 그 감정 이면에 충족되지 않은 욕구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기고 싶다”는 감정 뒤에는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싶다”, “나의 존재가 이 팀에서 의미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다” 같은 욕구가 숨어 있다. 이 욕구에 주목하면, 감정이 휘몰아칠 때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자기 대화를 통한 감정 조절은 학습 가능한 기술이다. 특히 청소년기나 경쟁이 많은 환경에 있는 성인들에게 매우 유용하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조절을 잘하는 사람들은 단지 의지가 강한 것이 아니라, 감정을 알아차리고 욕구를 인식하며,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조율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능력을 기를 수 있을까? 바로 ‘의식적인 연습’을 통해서다. 자기 감정을 말로 표현해보고, 그 감정이 어떤 욕구에서 비롯되었는지를 탐색하고, 그것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작은 실천이지만, 그 효과는 매우 크다.
자기 대화가 바꾸는 ‘집중력과 경기력’
집중력은 우리가 가진 내적 자원의 핵심이다. 그런데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통제되지 않은 감정이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지면 오히려 순간의 판단력이 흐려지고, 실수가 잦아지며, 평소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감정이 주의력을 갉아먹는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자기 대화를 통해 감정을 정돈하면 집중력이 살아난다. “지금 내가 왜 이러지?” “내가 지금 원하는 건 뭘까?” 이런 질문은 감정과 욕구를 명확히 하고,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며, 현재 순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자기 대화는 자신에 대한 신뢰를 높여준다. “괜찮아, 잘할 수 있어”, “지금은 결과보다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에 집중하자”와 같은 따뜻한 언어는 불안과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안정적인 상태에서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단순한 마인드컨트롤이 아니라, 실제로 뇌의 스트레스 반응 시스템을 조절하는 데도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운동선수들이 경기 전에 루틴을 가지는 이유도 이와 같다. 특정한 동작, 언어, 생각을 통해 뇌를 안정시켜 최상의 퍼포먼스를 유지하려는 전략인 것이다. 우리 역시 중요한 순간 앞에서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스스로를 격려하고, 나의 욕구를 인식하는 자기 대화 루틴을 만들 수 있다면, 집중력과 자기 조절력은 훨씬 강화될 것이다.
결국 감정은 우리를 방해하는 요소가 아니라, 잘 다루기만 하면 성장을 도와주는 힘이 된다. 감정은 우리가 바라는 바를 알려주는 신호이며, 그것을 통해 우리는 더 깊은 자기 이해와 행동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결론
‘이기고 싶다’는 감정은 결코 부정적이거나 억제해야 할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 잘하고 싶은 욕구, 영향력 있는 존재가 되고 싶은 인간의 근원적인 바람이 담겨 있다.
인지심리학과 비폭력대화의 통합적 관점에서 볼 때,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그것이 말해주는 욕구를 인식하며, 구체적인 행동 언어로 전환하는 것이 자기 성장과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다음 단계로는 일상에서의 ‘자기 대화 연습’을 실천해보자. 감정을 느낄 때 그 감정이 어떤 욕구에서 왔는지를 떠올리고, 그 욕구를 실현할 수 있는 작은 행동 목표를 세워보는 것이다. 이러한 실천이 모여 진짜 성장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