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중심의 인간관계는 편리함을 제공했지만, 동시에 관계의 깊이를 잃게 만들었다. SNS를 통한 관계 형성과 종결이 쉬워지며 사람들은 더욱 피상적인 관계에 머물게 되었고, 이는 외로움과 고독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오프라인 대면의 중요성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기술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진정한 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균형 있는 소통과 공감 능력, 그리고 적극적인 대면 활동이 필수적이다.
코로나 이후, ‘관계’는 무엇을 잃었는가
코로나19는 인간의 일상뿐 아니라 관계의 풍경을 바꾸어 놓았다. 거리두기와 비대면 중심의 삶은 물리적 접촉은 물론 정서적 연결에도 거리를 두게 만들었다. 팬데믹을 통해 사람들은 오프라인의 만남을 자제하고, 디지털 공간으로 옮겨가 SNS를 중심으로 관계를 이어갔다. 처음엔 그 편리함이 새로운 소통의 가능성처럼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심리적 피로와 외로움이라는 후유증이 나타났다.
마치 모든 것이 회복된 것처럼 보이는 지금도, 사람들의 마음은 여전히 멀어져 있다. 단절의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고, 마음의 면역력은 오히려 약해진 상태다. 관계에서 느껴지는 피로감, 갈등 회피, 감정 교류의 기피 현상은 그 반증이다. 대면보다는 비대면, 감정보다는 정보의 교환이 더 익숙해진 지금,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이처럼 코로나는 이미 확산되고 있던 온라인 중심 사회를 더욱 가속화했다. 그러나 그 속도에 비해, 인간의 내면은 여전히 정서적 ‘접촉’을 갈망하고 있다. 우리는 그 갈망을 인지하고, 삶의 관계성을 다시금 점검해보아야 할 시점에 서 있다.
SNS 시대, 친밀함은 가볍고 피상적이다
디지털 네트워크는 사람 사이의 물리적 경계를 허물었다. 이제는 클릭 한 번이면 친구가 되고, 메시지 한 줄로 관계가 시작되며, ‘언팔’ 한 번으로 모든 인연이 종료된다. 관계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만큼, 종료 또한 쉽고 간편해졌다. 이런 흐름은 갈등이나 차이를 해결하기보다 회피하게 만들고, 깊은 소통을 위한 인내와 노력을 약화시킨다.
SNS에서는 수많은 사람과 연결되지만, 그중 진정한 대화와 감정을 나누는 이는 드물다. 화려한 게시물과 보정된 사진으로 포장된 삶은 그 자체로 관계의 깊이를 가리는 장막이 되곤 한다. 우리는 상대의 마음보다 피드의 이미지를 먼저 읽고, 진심보다는 ‘좋아요’의 수에 안심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점차, 관계의 본질에서 멀어지고 있다.
또한 온라인상에서의 관계는 대면보다 감정 소통이 부족하다. 깊은 공감이나 정서적 지지보다는 피드백과 반응이 중심이 된다. 이는 인간관계에서 핵심적인 요소인 감정 교환을 제한하고, 관계를 기능적이고 피상적으로 만든다. 결국 사람들은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더 큰 외로움을 느낀다.
관계의 회복, ‘더불어 사는 기술’에서 시작된다
이제는 단순히 ‘연결’을 넘어서 ‘관계의 질’에 주목해야 할 때다. 관계란 단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형성하고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이상의 ‘삶의 태도’가 필요하다.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감정을 교류하며, 타인을 이해하려는 태도는 인간관계를 회복시키는 핵심 열쇠다.
교육 현장에서도 인간관계를 단순한 사회성 훈련이 아니라 생존기술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특히 초중고 교육에서 인성 교육과 관계 훈련이 강조되어야 한다. 관계 형성 능력은 단순한 스킬이 아니라 삶의 안정성과 행복에 직결되는 중요한 자산이다.
또한 디지털 관계의 편리함만을 추구하지 말고, 오프라인 활동의 중요성도 재확인해야 한다. 독서모임, 체험활동, 공동체 프로그램 등 직접 만나 교류할 수 있는 활동이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연대감을 증진시킨다. 예컨대 트레바리 독서모임처럼 의도적이고 유료화된 대면활동이 성황을 이루는 것도 이러한 욕구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관계 회복을 위한 결단, 지금이 시작점이다
디지털 사회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그러나 인간 본연의 욕구는 시대가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여전히 타인과 소통하고, 공감받고, 사랑받기를 원한다. 온라인 중심의 삶에서 오는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서는,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관계 회복 노력이 필요하다.
그 출발점은 가까운 관계에서부터 시작된다. 가족, 친구, 동료와의 일상적 교류를 소중히 여기는 자세가 중요하다. 또한, 불편함을 피하기보다는 감정을 표현하고,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관계의 깊이를 만들어준다. 이것이 진정한 소통이며, 삶의 안정감으로 이어진다.
관계는 기술이다. 갈등 해결, 감정 표현, 경청과 공감, 협력과 이해는 모두 배워야 할 기술이며, 반복적으로 훈련해야 하는 역량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관계 상실의 시대에는, 이러한 기술이 곧 ‘삶의 기술’이 된다. 그것을 통해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힘을 얻게 된다.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를 돌아보자. 그 사람과의 진심어린 대화를 시작해보자. 그것이 바로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