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의 스펙트럼: 과학이 말하는 남성과 여성 사이


우리는 보통 성별을 남자와 여자로만 나누는 게 익숙해. 하지만 과학을 보면 이게 꼭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성별이라는 게 단순히 생식기나 염색체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고, 유전자, 호르몬, 뇌 구조 같은 다양한 요소들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잊다. 그래서 세상에는 단순히 '남자'와 '여자'라는 두 가지 성별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 사이에도 정말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는 걸 과학이 보여주고 있다.

1. 생물학적으로 성별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XX 염색체를 가진 사람은 여자, XY 염색체를 가진 사람은 남자라고 간단히 정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유전학 연구를 보면 이 단순한 이분법이 모든 경우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걸 알 수 있다.

  • XY인데 여성인 사람도 있고, XX인데 남성인 사람도 있다: 성별을 결정하는 건 단순히 XX냐 XY냐가 아니라, 특정 유전자가 활성화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XY 염색체를 가졌지만 특정 유전자가 비활성화되면 여성의 특징을 가질 수 있다. 반대로 XX 염색체를 가졌더라도 특정 유전자가 작동하면 남성의 특징을 가질 수도 있다.
  • 인터섹스(intersex)라는 개념: 어떤 사람들은 명확하게 남자나 여자라고 구분하기 어려운 신체적 특징을 가지고 태어나기도 한다. 이들을 인터섹스라고 부르는데, 전 세계적으로 보면 전체 인구의 약 1.7%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이 정도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붉은 머리 사람들보다도 많은 비율에 속한다.
  • 독일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제3의 성 인정: 독일에서는 2018년부터 신생아의 성별을 '남' 또는 '여'가 아닌 '다양(diverse)'으로 등록할 수 있다. 호주나 인도 같은 나라에서도 제3의 성을 인정하고 있다.

결국 성별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The gender spectrum: What science says about male and female


2. 성별을 결정하는 건 염색체만이 아니다

우리는 보통 남성은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이 많다, 여성은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이 많다고 배우지만, 실제로는 모든 사람이 이 두 가지 호르몬을 모두 가지고 있다. 다만 그 비율이 다를 뿐이다.

  • 호르몬은 유동적이다: 남성이라고 해서 테스토스테론만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여성이라고 해서 에스트로겐만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같은 사람이라도 나이에 따라, 환경에 따라, 심리적 요인에 따라서 호르몬 수치가 변할 수 있다.
  • 예비 아빠들의 호르몬 변화: 연구에 따르면 아내가 임신했을 때 남편들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감소한다고 한다. 대신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증가하면서 더 부드럽고 보호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즉, 호르몬이 단순히 성별에 따라 고정된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 임신 여부가 성별보다 더 큰 차이를 만든다: 어떤 연구자들은 성별보다는 임신 여부가 호르몬 수치 차이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임신한 여성의 호르몬 수치는 비임신 여성이나 남성과 비교했을 때 훨씬 큰 변화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호르몬이라는 것도 우리가 단순히 '남성적' 혹은 '여성적'이라고 구분하기엔 너무나 복잡한 요소이다. 그래서 성별을 딱 잘라 나누는 게 어렵다.

3. 남성과 여성의 뇌는 정말 다를까?

종종 남성과 여성의 뇌가 다르게 작용한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남자는 논리적이고, 여자는 감성적이다 같은 말들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과학적으로 보면 이런 구분도 사실 그렇게 명확하지 않다.

  • 남성과 여성의 뇌는 혼합되어 있다: 연구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의 뇌에는 몇 가지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 차이는 개별적인 차이보다 크지 않다고 한다. 쉽게 말해서, 남성의 뇌라고 해서 전부 '남성적'이고, 여성의 뇌라고 해서 전부 '여성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 트랜스젠더의 뇌 연구: 트랜스젠더의 뇌를 연구한 결과, 어떤 경우에는 그들이 바꾼 성별(예: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경우)의 뇌 구조와 더 비슷한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트랜스젠더가 그런 건 아니었고, 개인마다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결국 뇌 구조도 성별을 완전히 구분하는 기준이 되기는 어렵다. 오히려 모든 사람이 남성적, 여성적 특성을 함께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수도 있다.

4. 우리는 성별을 더 유연하게 바라봐야 한다

과학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건 명확하다. 성별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단순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성별이 단순히 생식기나 염색체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호르몬, 뇌 구조, 유전자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 교육이 중요하다: 학교에서 성별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남성과 여성으로만 나누는 게 아니라, 성별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게 필요하다.
  • 의료 서비스도 변화해야 한다: 인터섹스나 트랜스젠더 개인들은 기존의 남성·여성 중심 의료 시스템으로는 충분한 지원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들을 위한 맞춤형 의료 서비스가 필요하다.
  • 정치는 과학을 존중해야 한다: 성별 문제는 정치적으로 논쟁이 많은 주제이긴 하지만, 적어도 과학적인 사실을 무시하면 안 된다. 과학이 밝혀낸 다양한 성별 스펙트럼을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 성별이라는 건 우리가 단순히 '남자냐, 여자냐'로 구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각 개인이 가진 다양한 성 정체성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우리 모두가 성별을 좀 더 유연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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