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에서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 바로 ‘편가르기’이다. 내 편과 네 편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내 편은 감싸면서도 반대편은 적폐로 몰아세운다. 이러한 태도는 사회 전반에 걸쳐 깊숙이 자리 잡으며, 타협과 조화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특히 정치적 사건에서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며, 사건의 본질과 무관하게 소속된 진영에 따라 태도가 결정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면 ‘균형이론’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균형이론은 사람들이 태도를 형성할 때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이 어떤 사안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면 우리도 자연스럽게 같은 태도를 가지려 하고, 반대로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면 우리 역시 그에 따라 반응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논리적 판단보다는 감정적 요소가 더욱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1. 편가르기가 심화되는 사회적 배경
현대 사회에서 진영논리가 더욱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작용하고 있다.
1) 미디어와 SNS의 영향
과거에는 정보가 제한적이었고, 주요 언론사들이 객관적인 보도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오늘날 SNS와 대안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성향을 분석하여 비슷한 의견만 반복적으로 제공하며, 이는 극단적인 진영 논리를 더욱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한다.
2) 정치적 양극화
진영논리는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서 정치적 양극화로까지 이어진다. 한쪽이 내세우는 주장이 절대적으로 옳고, 반대편은 무조건 틀리다는 사고방식이 만연해지면서 대화와 타협이 불가능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다. 이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극단적인 대립을 초래하며, 실질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상대를 공격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3) 집단 정체성과 소속감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속한 집단에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집단 정체성이 강해질수록 반대 진영에 대한 배척이 더욱 심화되며, 이는 편향된 사고방식과 태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집단의 가치와 신념을 지키는 것이 개인의 정체성과 직결되면서 합리적인 사고보다 감정적인 대응이 우선시되는 것이다.
2. 균형이론과 감정적 판단의 메커니즘
진영논리로 인해 사회적 판단이 감정적으로 흐르는 이유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균형이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1) 균형이론이란?
균형이론(balance theory)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특정 사안에 대해 형성하는 태도 사이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즉,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우리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반대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대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려 한다.
예를 들어, 평소 좋아하던 정치인이 논란에 휩싸였을 때 우리는 그를 감싸려 하거나 문제의 심각성을 축소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반대로 평소 싫어하던 인물이 긍정적인 일을 했을 때도 우리는 이를 인정하기보다는 다른 이유를 찾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2) 감정적 판단의 오류
우리는 대체로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감정이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자신이 속한 집단과 관련된 사안에서는 객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동일한 사건이 두 개의 다른 진영에서 발생했을 때, 자신의 진영에서는 ‘어쩔 수 없는 실수’로 여기지만, 상대 진영에서 발생하면 ‘큰 문제’로 간주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는 감정적 판단이 논리적 사고를 압도하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3. 해결 방안: 합리적 사고와 보편적 기준
진영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1) 보편적 도덕 기준 확립
진정으로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는 보편적인 도덕 기준이 필요하다. 특정 인물이나 진영에 따라 도덕적 잣대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원칙과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제갈량의 ‘읍참마속(泣斬馬謖)’이 존경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2) 정보의 다양성 확보
진영 논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에서 정보를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한 미디어나 SNS 계정만을 통해 정보를 접하기보다, 서로 다른 입장의 의견을 들어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보다 객관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3) 비판적 사고력 기르기
감정적 반응보다는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사안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하기보다는, 한 걸음 물러서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또한, 자신이 가진 신념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
우리 사회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보다 건강한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시각과 논리적인 사고가 필수적이다. 미디어의 영향력, 정치적 양극화, 집단 정체성 등 다양한 요인이 편향된 태도를 형성하게 만들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 역시 가능하다.
보편적인 도덕 기준을 확립하고, 다양한 정보를 접하며 비판적 사고력을 기른다면 우리는 보다 합리적이고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판단하는 태도를 갖춘다면, 서로 다른 의견 속에서도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사회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