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결핍이 아이의 결핍이 되지 않도록

아이를 키우면서 우리는 종종 자신이 경험한 결핍을 아이에게 대입하곤 합니다. 추웠던 엄마는 아이가 춥다고 생각하고, 배가 고팠던 엄마는 아이가 배고플 것이라 믿으며, 공부에 대한 한이 있던 엄마는 아이가 공부를 통해 성공해야 한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이러한 결핍의 투영이 오히려 아이의 진짜 욕구를 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엄마가 추우면 아이도 추운 걸까?

어느 날, 반팔을 입은 아이를 본 엄마가 무의식적으로 옷을 꺼내 아이에게 입혔습니다. 아이가 춥다고 하지도 않았고, 아이가 필요로 한 것도 아니었지만, 엄마는 자신이 추운 감각을 아이에게 투영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종종 자신의 감정을 아이에게 반영하며 아이의 필요를 착각하곤 합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상황은 때때로 당황스럽고 불편할 수 있습니다. 엄마의 배려가 지나치게 강요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아이가 필요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부모가 무언가를 해주려 할 때, 아이는 이를 거부하기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반복되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보다 부모의 감정이 더 중요하다고 느끼며 점차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법을 잊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때로 스스로 필요를 결정하고 싶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의 필요를 미리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이 반복되면, 아이는 자신의 욕구보다 부모의 기준에 맞추려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자신이 추운지 아닌지를 직접 판단하기보다 엄마가 말하는 대로 옷을 입어야 한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이런 상호작용이 지속되면 아이는 점점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게 됩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능력이 약해지고, 다른 사람의 기준에 의존하는 성향이 커질 수 있습니다. 부모로서 정말로 아이의 자율성을 키우고 싶다면,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엄마의 배고픔, 아이의 배고픔이 될까?

어린 시절, 가난과 배고픔을 겪었던 엄마는 자신의 아이만큼은 절대 배고프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아이에게 풍족한 음식을 제공하고, 부족함 없이 키우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아이가 배가 고프지 않아도 계속해서 먹이려 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이는 자신의 배고픔과 포만감을 인식하는 감각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의 필요를 알기보다는 엄마가 정한 기준에 따라 먹는 것이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엄마의 사랑이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으로 표현될 때, 아이는 정작 감정적 욕구를 채우는 방법을 배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육체적 배고픔이 아닌,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것이 더 중요한 경우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엄마가 계속해서 먹이려 하면, 아이는 자신의 욕구를 무시하고 엄마의 기대에 맞추려 합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음식뿐만 아니라 정서적 측면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엄마가 자신의 부족함을 아이에게 투영하며, 아이가 필요하지 않은 것까지 채워주려 한다면, 아이는 정작 자신의 진짜 욕구를 깨닫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So that my deficiencies don't become theirs

공부 한이 있는 엄마, 공부를 강요받는 아이

어린 시절 공부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엄마는 자신의 아이만큼은 꼭 공부를 잘하게 키우겠다고 다짐합니다.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교육 자료를 찾아주고, 학원에 보내며 열심히 지도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공부를 강요받는 것처럼 느끼며 점차 지쳐갑니다.

엄마의 화는 사실 공부할 기회를 얻지 못했던 과거의 자신에게 향한 것이지만, 아이는 그 화를 직접적으로 맞닥뜨립니다. 결국 아이는 공부 자체보다 엄마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공부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엄마의 기준에 맞추려다 보면 아이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기 어려워집니다.

이런 과정에서 아이는 학습 자체보다는 엄마의 감정을 맞추는 데 더 집중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공부를 하는 목적이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엄마가 만족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가 되어버리는 것이죠. 이는 아이의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나의 결핍이 아이의 결핍이 되지 않도록

부모가 된다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동시에 자신의 내면을 다시 들여다보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내가 경험한 결핍을 아이에게 대입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 내가 아이를 위해 하고 있는 일이 정말 아이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나의 부족함을 채우려 하는 것인지 질문해보세요.
  • 아이의 입장에서 그 필요를 다시 한번 확인해보세요.
  • 무엇보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스스로 인식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아이를 향한 사랑이 지나친 강요로 변하지 않도록, 부모 스스로의 감정을 먼저 이해하고 다스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과거 경험이 아이의 현재와 미래를 좌우하지 않도록, 한 걸음 물러서서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부모가 자신의 결핍을 돌아보고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부모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바라볼 수 있을 때, 아이도 자연스럽게 건강한 정서적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나의 결핍을 아이에게 투영하는 대신, 스스로를 돌보고 치유하는 과정에서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입니다.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