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여러 번 치르는 학생들이 증가하면서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는 말이 일반화되고 있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N수생(두 번 이상 수능을 본 수험생)의 수가 20년 만에 가장 많아졌다. 이는 대학 입시 경쟁이 심화되고, 특히 의대 지원을 위해 장기간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서울대 정시모집에서도 재수 이상 수험생의 합격 비율이 재학생보다 높아지는 등, 입시에서 재도전이 더욱 흔해지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학원가는 N수생을 위한 맞춤형 강좌를 개설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고액 수강료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학원을 선택하는 상황에서, 재수 및 삼수 이상의 장기 수능 준비가 한국 교육의 새로운 현실로 자리 잡고 있다.
N수생 증가의 원인
수능 재도전이 증가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첫 번째 이유는 대학 입시 경쟁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위권 대학과 인기 학과에 입학하려면 높은 성적이 필수적인데, 한 번의 시험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학생들이 재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이유는 의대 정원 증가다.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이 늘어나면서, 의대 입시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N수생으로 남아 경쟁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 특히 의대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삼수, 사수 이상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또한, 입시 결과에 대한 후회와 미련도 중요한 요인이다. 많은 학생들이 한 번의 실수로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면, 재수를 통해 더 나은 성적을 얻으려 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실수 보완을 목표로 하지만, 이후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며 장기적으로 수능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해마다 N수생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수능이 단순한 시험이 아니라 장기적인 준비 과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수능 성적과 N수생의 관계
일반적으로 수능을 여러 번 치른 학생들이 성적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4학년도 수능 국어에서 1등급을 받은 N수생 비율은 6.9%로, 현역 고3 학생(2.7%)보다 현저히 높았다.
수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N수생 중 1등급 비율은 8.3%, 2등급 비율은 12.5%였으나, 고3 학생의 경우 각각 2.3%와 5.2%에 불과했다. 이는 오랜 기간 집중적으로 학습한 학생들이 더 높은 성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성적 차이는 입시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서울대 정시모집에서 합격한 1,570명 중 재수생은 571명(36.4%), 삼수 이상은 330명(21%)으로 나타났다. 즉, 합격자의 절반 이상(57.4%)이 N수생이었으며, 재학생 합격 비율(40.3%)보다 높았다.
이러한 데이터는 입시에서 N수생의 우위를 보여주며, 대학 입시에서 재도전이 더욱 일반적인 전략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N수생을 위한 사교육 시장 확장
수능 재도전이 증가하면서 사교육 시장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N수생을 대상으로 한 전문 학원이 늘어나고 있으며, 수업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학원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 기숙형 학원: 학생들이 일정 기간 학원에 머물며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강도 높은 학습 환경이 특징이다.
- 통학형 학원: 재수생이 하루 일정 시간 동안 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집으로 돌아가는 형태로, 비교적 자유도가 높다.
- 독학형 학원: 개별 학습을 중시하며, 자습 공간과 일부 강의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각 학원의 비용도 천차만별이다. 메가스터디 러셀 기숙학원의 경우 기숙사비, 수강료, 식비, 진학 지도비를 포함해 월 395만 원이 소요된다. 강남 종로학원의 월 수강료는 205만 원이며, 이는 교재비·급식비·셔틀비를 제외한 금액이다. 강남 이투스247 독학학원의 등록비는 월 79만 원 정도로, 모의고사 비용과 교재비, 급식비는 별도로 지출해야 한다.
이처럼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은 자녀의 성공적인 대입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사교육 시장의 규모가 점점 확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론
수능을 반복해서 치르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N수생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학 입시의 치열한 경쟁과 의대 정원 증가, 그리고 높은 성적을 목표로 한 재도전 문화가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N수생의 성적이 현역 학생보다 높은 경향을 보이면서, 수능을 여러 번 치르는 것이 대학 합격의 중요한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사교육 시장도 더욱 확대되고 있으며, 학원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N수생을 유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학생들이 지나치게 긴 시간을 수능 준비에 투자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수능의 본래 취지에 맞는 평가 방식 개선과 대입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며, 학생들이 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