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흥미를 잃고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고등학생들 중에는 자퇴를 고민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특히 춤, 예술, 운동 등 특정 진로에 강한 열정을 가진 학생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 글은 ‘학교가 나와 맞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 청소년들이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자퇴라는 선택을 앞두고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를 인지심리학과 비폭력대화 관점에서 따뜻하게 풀어낸 안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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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퇴를 고민하는 한국 고등학생이 교실에서 무기력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모습 [AI 이미지] |
학교가 나와 맞지 않는다는 느낌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수업 시간엔 멍해지기 일쑤다. 집을 나서기 전부터 오늘 하루도 무의미하게 흘러갈 거라는 느낌에 한숨이 나온다.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눈은 칠판이 아닌 창밖을 향한다.
이런 경험을 반복하는 고등학생들은 자퇴를 고민하게 된다. 특히 어릴 때부터 댄서, 예술가, 운동선수 등 특정 진로에 강한 열정을 가진 학생이라면, 학교 교육과 자신의 꿈 사이의 간극이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민의 무게만큼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자퇴는 단순히 ‘학교를 그만두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이 추구하는 삶을 구체적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준비가 수반되어야 한다.
이 글은 자퇴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감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안내하고자 한다.
감정과 욕구를 분리해 보는 연습 – 비폭력대화 관점에서 본 자퇴 고민
학생이 자퇴를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감정은 지루함, 무기력함, 그리고 때로는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다. “나는 왜 이렇게 집중을 못 하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나는 잘못된 걸까?” 같은 생각이 꼬리를 문다.
비폭력대화(NVC)는 감정은 단지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생기는 자연스러운 신호라고 본다. 즉, ‘지루하다’는 감정 뒤에는 성장하고 싶다, 의미 있는 활동에 몰입하고 싶다, 내가 선택한 길을 살고 싶다는 욕구가 숨어 있다.
이 감정을 억누르거나 회피하지 말고, 그 속에 담긴 욕구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자. “나는 어떤 활동을 할 때 에너지가 살아나는가?” “학교가 내게 어떤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가?”
그 질문 속에 이미 답이 있다. 자퇴는 욕구를 실현할 수 있는 하나의 전략일 뿐이다. 욕구는 고정되어 있고, 전략은 다양하다. 자퇴가 아닌 대안학교, 홈스쿨링, 주말 실기전문반 수강 같은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집중이 안 되는 나, 게으른 걸까? – 인지심리학으로 본 수업시간의 멍함
“나는 의지가 부족해서 수업을 못 따라가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인지심리학에서는 다르게 본다. 인간의 주의력은 관심 있는 대상을 향하게 되어 있고,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활동엔 자동적으로 집중이 흐트러진다.
학생이 수업시간에 멍해지는 이유는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다. 본인의 뇌는 이미 다른 곳에 강하게 끌리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춤을 출 때는 몇 시간이고 집중이 되는데, 수학 문제 앞에서는 5분도 버티기 힘들다면, 그건 명확한 ‘주의의 방향’이 있다.
이런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비판이 아니라 자기 관찰이다. “나는 언제 몰입되는가?” “무엇을 할 때 시간이 빨리 가는가?” 이 질문을 바탕으로 삶을 설계해 나가야 한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접점 찾기 – 진로를 꿈꾸는 자퇴생의 준비
누구나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사이에서 진로를 찾는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만으로 진로를 정하긴 어렵고, 잘한다고 해서 즐겁지 않다면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댄서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춤을 좋아하는 감정’이 얼마나 깊은지부터 살펴야 한다. 그 다음엔 ‘내가 계속 연습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라는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진정한 진로는 다음 세 가지가 겹치는 지점에서 탄생한다.
- 좋아하는 일
- 잘할 수 있는 일
- 누군가 필요로 하는 일
춤을 좋아하고, 꾸준히 발전시킬 수 있고, 미래에 누군가를 감동시킬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의미 있는 진로다. 단, 그 길은 체계적인 연습과 피드백, 무대 경험, 멘토링 시스템이 받쳐줄 때 더 잘 닿는다. 자퇴 이후, 이런 시스템을 혼자서도 구축할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자퇴는 끝이 아니라 시작 – 현실적인 준비사항 체크리스트
많은 학생들이 자퇴를 결심하면서 ‘자유’를 기대하지만, 그 자유는 곧 책임으로 돌아온다. 하루의 일정을 스스로 짜야 하고, 시험과 진로 계획, 생활 리듬까지 자신이 모두 책임져야 한다.
자퇴를 고민하고 있다면, 다음과 같은 준비를 먼저 해보자.
- 검정고시 일정과 공부 계획 세우기
- 댄스 아카데미 또는 전문 교육 기관 탐색
- SNS 포트폴리오 및 활동 기록 정리
- 부모님과 충분한 대화 및 신뢰 형성
- 멘토 또는 진로 관련 조언자 확보
- 또래 커뮤니티 또는 댄서 네트워크 찾기
이 모든 것이 준비되지 않으면 자퇴 후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자퇴는 학교를 떠나는 선택이 아니라, 삶을 스스로 디자인하겠다는 결심임을 잊지 말자.
자퇴가 아닌, 나를 위한 선택이길
자퇴는 도망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자신의 방향을 찾기 위한 용기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충동적이기보다는 충분한 고민과 준비를 동반했을 때, 자퇴는 실패가 아닌 성장의 시작이 된다.
학교에 다니든, 자퇴를 하든,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에 맞는 삶의 방향을 잡는 일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학생이 자신만의 리듬과 걸음으로 자기 인생을 춤추듯 살아가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