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못 버리는 아이 마음



물건을 잃거나 버릴 때 유난히 슬퍼하거나 아파하는 아이, 단순한 고집일까요? 아닙니다. 이는 자기감정과 기억을 지키려는 깊은 마음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아이의 감정 반응을 억누르기보다, 그 안에 담긴 마음과 욕구를 이해하고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다섯 가지 부모의 대화법과 실천법을 소개합니다. 아이의 감정을 존중하면서도 정리하는 힘을 기르는 방법, 지금 시작해보세요.

물건 못 버리는 아이 마음


감정은 말하고 싶은 이야기다: 아이의 반응을 다시 보기

“왜 저걸 가지고 저렇게까지 울지?”
“잃어버린 것도 아닌데, 왜 포장지 하나 버리지를 못할까?”

이런 상황을 마주한 부모님이라면 아이의 행동이 다소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어떤 물건에 보이는 반응은 단순한 집착이나 고집이 아닙니다.
그 물건에 깃든 감정과 기억, 그리고 잃어버릴까 봐 불안한 마음이 반영된 행동일 수 있어요.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 아이들은,
눈에 보이는 물건이나 장면에 감정을 그대로 담는 시기입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좋아했던 하루의 기억을 어떤 인형이나 종이 한 장에 담아두는 식이죠.

그리고 그걸 잃는 순간은, 기억까지 사라질까 봐 두렵고 마음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의 행동을 ‘이상한 반응’이 아니라 **‘정서적으로 민감하고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1. 감정을 먼저 안아주기: 아이 마음의 안전지대 만들기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것입니다.
“괜찮아”, “별거 아니야”라고 넘기기보다는
그 감정이 왜 나왔는지 함께 바라보며 말로 표현해주는 겁니다.

예시 표현:

  • “그거 잃어버려서 정말 속상했구나. 네가 많이 아껴서 그랬을 거야.”

  • “버릴 때 너무 아팠구나. 엄마도 네 마음이 느껴져.”

이렇게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내 감정은 틀리지 않았어. 나는 이해받고 있어.”**라는 믿음을 갖게 됩니다.
이런 경험은 아이의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는 힘의 바탕이 됩니다.


2. 감정 뒤에 있는 ‘마음’을 찾아주기: 아이가 스스로 이해하도록 돕기

아이들은 속상하거나 슬픈 감정을 느끼긴 하지만,
그 감정이 왜 생겼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는 감정 뒤에 있는 진짜 바람이나 욕구를 함께 찾아주는 질문을 건네보세요.

예시 질문:

  • “그 물건을 보면 기분이 좋아졌었나?”

  • “혹시 그게 있어서 마음이 든든했었니?”

  • “버리면 그때 기억도 같이 없어질까 봐 걱정된 거야?”

이런 질문은 아이가 자기 감정을 말로 표현하고 스스로 이해하는 연습이 됩니다.
이해가 생기면 감정을 다루는 힘도 생깁니다.


3. 다른 방식으로 기억 남기기: 물건 대신 추억을 담는 그릇 만들기

아이에게 “이건 필요 없어”라고 말하기보다는
그 물건에 담긴 감정을 다른 방법으로도 간직할 수 있다는 경험을 만들어주세요.

실천 예시:

  • 사진 찍기: “이 물건, 우리 사진으로 남겨볼까?”

  • 짧은 글 쓰기: “이거랑 있었던 일 한 줄로 적어볼까?”

  • 작별 인사하기: “고마웠다고 말해주고 인사하면서 보내주자.”

이런 방식은 아이가 기억은 지키되, 물건은 놓는 연습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이 쌓이면 아이는 점점 잃어도 괜찮아, 나는 기억할 수 있어라는 자기신뢰를 갖게 됩니다.



4. 선택하게 하기: ‘내가 결정했다’는 감각이 마음을 단단하게 해줘요

많은 아이들이 속상해지는 이유는,
물건을 잃는 ‘사실’보다 자기가 선택하지 못했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그래서 감정이 더 커지고, 무력해지는 거죠.

그럴 땐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게 중요합니다.

예시 표현:

  • “이건 네가 정해봐. 계속 가지고 있을지, 사진으로 남기고 정리할지.”

  • “두 개 중에 하나만 간직해볼까? 어떤 게 더 소중해?”

아이 스스로 결정하게 되면,
잃는 상황도 **“내가 선택한 결과”**가 되기 때문에 감정을 훨씬 잘 견딜 수 있습니다.
통제할 수 있다는 감각이 감정 조절력의 핵심입니다.


5. 감정도 연습이 필요해요: 천천히, 반복적으로 훈련하기

정리나 감정 조절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닙니다.
작은 것부터 천천히, 반복하면서 감정에 익숙해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실천 팁:

  • 중요도가 낮은 물건부터 정리해보는 ‘정리 놀이’를 해보세요.

  • 물건을 정리할 때마다 “왜 정리하고 싶었는지”, “이 물건에 어떤 기억이 있었는지” 나누는 대화 시간을 가져보세요.

  • 매달 한 번씩 ‘우리 집 기억 정리하는 날’을 정해 아이와 함께 실천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감정을 다루는 힘은 연습과 반복으로 생깁니다.
조금씩 감정에 익숙해지는 훈련이 쌓이면, 아이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다루는 사람이 되어갑니다.


마무리: 감정은 성장 중인 나무, 정리는 그 가지를 다듬는 일

물건을 놓기 어려워하는 아이는
사실은 감정을 정리해본 적이 없는 아이일 수 있습니다.

부모가 해줘야 할 일은
물건을 대신 버려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감정과 기억을 정리해볼 수 있도록 옆에서 함께 걸어주는 것입니다.

감정은 스스로 자라지 않아요.
누군가의 따뜻한 말, 기다려주는 시선, 그리고 함께한 반복 속에서 천천히 자라납니다.

그 감정을 믿고, 아이의 속도를 따라가 주세요.
그 속에 아이의 단단한 마음이 자라고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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