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 리더십에 대해 던져진 한 문장이 개인에게 깊은 혼란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군왕은 필요하면 악행도 저지른다”는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닌, 역할과 책임의 차이에 대한 통찰일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인지심리학과 비폭력대화(NVC) 관점에서 이 발언이 어떻게 해석되고 받아들여지는지를 분석하며, 감정의 근원에 있는 욕구를 인식하고 성숙한 리더십으로 성장하는 방향을 제안합니다. 혼란 속에서 방향을 찾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따뜻한 길잡이가 되어줄 글입니다.
조직에서 마주한 한 문장, 그 여운
조직 안에서 때로는 한마디 말이 오랜 시간 마음에 남습니다. “군왕은 필요하면 악행도 저지른다. 군왕과 선비의 길은 다르다”는 말은 비유를 넘어선 메시지였습니다. 듣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정체성과 역할을 다시 되짚게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당혹과 혼란이 뒤섞였지만, 곱씹을수록 그 안에 담긴 리더십의 본질이 드러납니다. 이 글은 그 말이 개인에게 어떤 심리적 흔들림을 일으키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어떤 리더로 성장할 수 있을지를 모색합니다.
1. 인지심리학으로 본 ‘말의 무게’
사람은 타인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각자의 경험과 인지적 틀, 즉 ‘스키마’를 통해 해석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듣는 말에 의미를 부여하고, 감정적 반응을 하게 됩니다.
누군가가 “군왕은 악행도 한다”는 말을 했을 때, 그 말은 단순한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듣는 이의 마음속에서 다양한 감정과 해석을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조직 내 권위자의 말은 ‘사회적 권위 효과(Social Authority Effect)’에 의해 과장되거나 확대 해석되기도 합니다.
인지심리학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은 내면의 흐름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내가 너무 원칙만 고집한 건 아닐까?”
-
“결단이 필요한 순간에 우유부단했나?”
-
“사장님이 나를 리더로 보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하신 걸까?”
이러한 생각은 모두 ‘내가 좋은 리더로 인정받고 싶다’는 강한 자기 기준과 기대에서 비롯됩니다. 이 기준이 흔들릴 때 우리는 불안과 혼란을 느끼며, 자아에 대한 위협까지도 감지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이 과정은 자신을 다시 점검하게 하고, 성장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2. 비폭력대화(NVC)로 풀어본 감정의 언어
비폭력대화는 ‘관찰-감정-욕구-부탁’의 네 단계를 통해 감정을 해석하고, 욕구를 발견하며, 건설적인 소통을 이끌어냅니다. 이를 통해 감정은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내면의 진짜 바람을 알리는 신호로 전환됩니다.
이 발언에 대한 반응을 비폭력대화의 구조로 다시 들여다보면 이렇습니다.
관찰: 사장이 “군왕과 선비는 다른 길을 간다”고 말했다.
감정: 혼란, 당혹, 서운함, 부담감
욕구:
-
존중: 나의 신중함과 원칙이 무시되지 않길 바람
-
명확성: 상사의 기대가 무엇인지 알고 싶은 마음
-
성장: 리더로서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 배우고자 하는 마음
반대로, 사장의 입장에서 이 발언을 NVC로 해석해보면 다음과 같은 흐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감정: 안타까움, 답답함, 기대감
욕구:
-
책임 공유: 중대한 상황에서 함께 결정해줄 사람에 대한 갈망
-
결단력: 상황에 따라 판단하고 책임지는 유연함을 바람
-
양성의지: 더 큰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해주기를 바람
이러한 이중 해석은, 서로 다른 입장에서 ‘기대’와 ‘책임’이 교차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말의 표면만 보면 비판처럼 들릴 수 있으나, 그 말의 바닥에는 깊은 기대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3. 리더십의 방향을 묻는 성숙한 대화법
혼란은 때로 성찰의 좋은 기회가 됩니다. 비난으로 받아들였던 말을 다시 정돈하고, 관계를 새롭게 여는 대화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땐, 다음과 같은 대화의 문장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사장님, 예전에 해주신 말씀 중에 ‘군왕은 악행도 저지를 수 있다’는 말이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그 안에 담긴 기대나 조언을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제가 더 나은 리더가 되기 위해 어떤 점을 키우면 좋을지 듣고 싶습니다.”
이런 대화는 다음과 같은 효과를 가집니다.
-
과거의 말을 ‘비난’이 아닌 ‘조언’으로 전환함
-
자신이 감정을 숙성시켰고, 성찰했다는 신호를 줌
-
조직 안에서 성숙한 리더로 성장하고자 하는 태도를 전달
비폭력대화의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상대의 욕구를 추측하며, 자신의 욕구를 정중하게 요청하는 태도는 결국 ‘존중을 바탕으로 한 소통’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성숙한 대화는, 조직 내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기반이 됩니다.
진심에서 리더십으로
한 마디 말이 오랫동안 남는다는 건, 그 말에 대한 내면의 반응이 진심이었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그 진심은 감정의 파도 속에서도 ‘나를 더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리더란 모든 것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을 성찰하고 더 나은 방향을 묻는 사람입니다. 사장의 말은 질문이었을지 모릅니다. “당신은 어디까지 리더로 성장할 준비가 되었는가?”
이 글을 통해 조직 내 말의 무게를 다르게 해석해보고, 그 안에서 나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